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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터뷰

네모난 시선에 세상을 담는 여행자 : 임상묵

일요일 12시 신촌. 땡볕에서 농활을 막 마치고 돌아온 학생의 모습으로 스물여섯의 청년 임상묵이 나타났다. 얼굴 곳곳이 익어있고 조금은 피곤해 보인다. 1주일간 몽골 여행을 갔다가 인터뷰 당일 새벽 4시에 귀국했다. 다음 날 오후 2시에 터키로 떠나 2달간의 유럽 여행도 예정되어 있다. 에너지 넘치는 20대를 보내고 있는 임상묵과 뜨거운 태양, 젊음의 열정이 조화를 이룬 주말 신촌 거리를 지나 아담하고 예쁜 여행카페에 도착했다.


여행자가 모여 각자의 여행담을 쏟아내는 여행카페. 임상묵의 아지트다. 그의 사진 앞에서 촬영했다.




사진 찍으며, 여행 다니며..


임상묵은 현재 휴학생이다. 2년 전 미국을 시작으로 몽골까지 16개 나라를 여행했다. 경비는 대부분 사진 촬영을 통해 마련한다. 작년부터 '네모난 시선'이라는 1인 기업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전공은 사진이 아니라 청소년학이다. 전공자도 아닌 학생이 해외여행 경비를 마련할 정도로 사진 작업에 몰두해 있다.

 



“조금 재미있는 사연이 있어요. 초등학생 때 첫사랑이 있었는데 워낙 어릴 때라 헤어진 이후에도 친구로 잘 지냈어요. 그러다가 중간에 연락이 끊겼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우연히 그 친구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게 됐어요. 블로그를 보니 사진 공모전에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밥 한번 먹자'면 되는 거였는데 숫기가 없어서 얼굴 한번 보자는 말을 못 꺼내고, 공모전에 입상하게 되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로 집에 있는 똑.딱.이로 혼자 사진 공부를 시작했어요.


당시 성적이 괜찮은 학생이었는데 2달간 사진에 빠져 살다보니 성적이 크게 떨어지더라고요. 그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다행히 공모전에 입상도 하고 사진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지금도 열심히 사진 찍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열심히 찍는 만큼 여행도 열심히 다닌다. 사진을 찍으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여행자.. 2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모습이다.


“처음에는 나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다 라는 자체에 설렘이 있었어요. 사실 그 이후로는 제가 여행 다니는 모습들을 보며 사람들이 ‘자유로운 상묵이’ ‘멋있는 상묵이’로 인정해주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더 자주 해외로 나가려 했던 것 같아요. 제 안에 인정욕구 같은 게 있었나 봐요.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요(웃음)"


몽골 고비사막. 2018.


쿠바 하바나. 2018.


페루. 2018.


인도 바라나시. 이발소 900원.. 2017.


"국내 여행도 정말 매력 있어요. 특히 얼마 전 다녀온 무전여행이 떠올라요. 사실 여행업계에서 oo일 동안 oo만원가지고 oo개국가 oo도시 이런 식으로 숫자가 여행의 척도가 되는게 싫었어요. 저도 숫자에 혈안 된 적이 있었고 그런 여행에 지쳐있었거든요. 그런데 무전여행에서는 숫자가 사라지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사람들 간의 끈끈한 정, 새로운 경험도 얻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경주 무전여행. 2018.


부산 무전여행. 2018.


낯선 환경, 새로운 경험에서 얻는 배움


임상묵에게 사진 찍으러 여행을 가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진을 안 찍는 여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언제나 무겁고 경비도 더 많이 드는 사진 장비는 항상 챙겨 다닌다.


“일종의 사명감 같은게 있어요. 이제는 누구나 어디서든 사진을 찍지만 좀 더 좋은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거요. 그리고 대부분 혼자 여행을 가서 새로운 무리에 합류하는데 사진 찍는 사람이란 자체로 저를 굉장히 환대해줄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웃음) 예쁜 사진을 많이 남겨줄 것 같은 기대가 생기나 봐요.”


많은 사람이 아름답고 예쁜 임상묵의 사진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의 사진이 그렇다.


볼리비아 우유니. 2018.


볼리비아 우유니. 2018.


볼리비아 우유니. 2018.


볼리비아 우유니. 2018.


볼리비아 우유니. 2018.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고 호응해준 사진들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곳 촬영은 너무 힘들었어요. 외주 촬영으로 간 것이어서 돈을 벌 수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제 실력을 절감한 곳이기도 했고요. 과하게 색 보정이 들어갔고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맞춰드리지 못했고, 태도에서 미숙한 부분도 있었어요. 실력을 더 쌓을 때까지 해외 스냅 촬영은 하지 말자고 결정한 순간이기도 해요.”


반면 스스로 가장 만족하고 간직하고 싶은 여행지에서의 사진은 50일 인도 여행 중 어느 하루, 준비도 많지 않았던 어느 골목에서의 촬영이었다고 한다.


“특별한 촬영 준비가 있던 것도 아니고 가장 기본 렌즈만 가지고 있었는데 뭔가 모르게 좋은 감이 생기더라고요. 가장 잘 찍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요. 여행지에서는 예쁘고 아름다운 장소도 많지만, 인도에서 그 하루, 그 골목은 정말 느낌이 좋았어요. 이런 비슷한 느낌을 쿠바와 미얀마에서도 가졌었는데요. 요즘의 제 고민과도 연결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을 생각해봐요.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자유가 있다면 행복하다는데, 정말 그럴까? 쿠바는 여전해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이고 미얀마도 최근까지 사회주의 국가였고, 인도도 사회주의를 경험했던 국가인데요. 이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이 '더 많은 돈을 가지는 것,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것'일까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 더 많은 사진을 찍거나 더 잘 찍으려는 노력하지는 않아요. 다만 낯선 환경과 경험이 주는 새로운 배움과 느낌 그 자체에서 개인적으로 소중한 작업물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혼자 간직만 해도 애착이 가는 그런 거요."


인도 바라나시. 2017.


인도 바라나시. 2017.


인도 바라나시. 2017.


인도 바라나시. 2017.


인도 바라나시. 2017.



100인의 앨범 프로젝트


임상묵은 2017년 초 50일간의 인도 여행을 마쳤다. 계속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경비가 부족했다. 100인의 앨범 프로젝트는 평소에 잘 만나지 못하는 사람, 새로운 사람과 만나 사진 찍는 것 역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무료 촬영이었고 7개월간의 대장정이었다.


사진과 함께 대화를 인터뷰로 남겼다. 임상묵의 홈페이지에서 사진과 글을 볼 수 있다.


“촬영하기 싫은 날도 있었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결국 100인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뿌듯하기도 하고 일단 사진 실력이 많이 늘긴 한 것 같아요. 또 주변 사람들에게 ‘상묵이는 사진 찍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준 계기이기도 했고요.


가장 좋았던 건 ‘내가 왜 사진을 좋아하고 찍는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얻었다는 거예요.”


100명과 촬영하며 사진과 글을 남겼다. 모든 사람과의 촬영이 의미 있고 기억나겠지만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인물을 꼽아달라고 했다.


“저는 삼촌(김영광)과 루비(김강미) 부부가 기억에 남아요. 이분들은 부부가 함께 학교 현장에서 기업가정신교육과 진로교육을 하고 있어요. 제가 청소년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고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서 평소에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였거든요. 개인적으로 당시에 힘든 일이 참 많았는데 촬영하고 얘기하는 시간 자체가 좋았어요. 배 속의 아이와 유기견 ‘제주’도 함께, 어떻게 보면 네 식구를 담은 촬영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힐링을 받은 시간이었어요


100인의 앨범 Page.55삼촌, Page56루비. 2017.


100인의 앨범 Page.55삼촌, Page56루비. 2017.


 

이상 : 한 편 시를 닮은 사진


청소년학을 전공하는 20대 중반의 휴학생.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전 세계를 누비는 여행자. 청춘의 시간을 보내는 임상묵에게도 다가오는 30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저는 생각을 결과물로 담아내는 단계의 포토그래퍼는 아닌 것 같아요. 아직 빛을 사용하고 보정하고 연출하는 일 같이 더 잘해야 하는 부분도 너무 많고요. 그래서 일상 사진을 많이 찍으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20대에는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직업도 이거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20대는 큰 도화지에 점을 찍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 점이 사진, 여행, 교육, 청소년이지 않을까 싶고요. 30대에는 이 점을 연결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고등학생 때는 지리교사가 되는 꿈을 꿨었는데요. 교실에서의 공부가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며 현장에서 그곳을 느끼고 사진을 남기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지금은 교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고 있고요. 현재의 자유롭고 특별한 경험이 훗날 만나게 될 많은 청소년에게 좋은 울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임상묵은 지금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모델이 좋아하는 색을 컨셉으로 촬영하는 ‘Color Book’, 매 평일 오전이나 오후 시간을 정하여 딱 36장만을 작업하는 ‘필름 한 롤’ 등으로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사진을 계속해서 많이 찍고 싶어요. 궁극에는 장비나 도구로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니라 빛과 스토리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실력이 조금 부족했지만 2015년 4월 ‘세월호 사진엽서 프로젝트’가 이에 가장 적합한 작업이었어요. 보이지 않는 부분과 그 의미까지 더해 지금까지 가장 잘 찍었던 작업이라고 생각하고요. 엽서 수익금은 뉴스타파의 세월호 진실 인양에 도움이 되고자 기부 했습니다.”


세월호 사진엽서 프로젝트. 2015.


세월호 사진엽서 프로젝트. 2015.


사진이 시와 닮아 있다고 말하는 임상묵. 마지막으로 20대 포토그래퍼로서 궁극의 이상향이 궁금했다.


“전시를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진과 함께 시를 지어서 ‘사진이 한 편의 시와 같다’는 느낌을 제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요.”


다시 유럽으로 2달간의 여행을 떠나는 임상묵의 ‘네모난 시선’에 어떤 배움과 새로운 경험이 담기게 될지 기대된다.


지금 여행하고 있는 터키 괴레메. 2018.




더 많은 임상묵의 사진을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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