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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터뷰

예쁘다 : 김승아

퇴근길에 유독 사람이 많은 서울의 한 동네. '무인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승아를 만났다. 강렬하고 뚜렷한 첫인상 위로 느껴지는 맑은 기운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대학에서 금속공예와 의류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사진은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젠 삶에서 제법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먼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Part1. 무인사진관

“대학 입학하고 어느 날 수업을 듣는데 한 번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즉흥적으로 과.사에 휴학계를 내고 집에 왔는데요. (웃음) 집에 혼자 있다 보니 우울하기도 해서 엄마가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사주신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어요. 우리 동네도 찍고 혼자 놀이 공원도 가보고요. 그 사진들에 저만의 ‘차분한’ 느낌을 담아 SNS에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이태원. 2016.5


강남. 2016.5


롯데월드. 2016.6


홍대. 2016.6


미미도넛. 2016.6


도레도레. 2016.7


아래 사진은 '도시'이름을 누르면 더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로마. 2016.12


피렌체. 2016.12


베네치아. 2016.12


프라하. 2017.1


인터라켄. 2017.1


바르셀로나. 2017.1


“제가 사람을 피해서 사진 찍는 재주가 있더라고요. 무인사진관의 무인은 사진 속에 사람이 없다는 의미에요. 그런 느낌이 좋아서 ‘사람들이 떠난 자리의 쓸쓸함’을 표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 사진들로 SNS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예상 못 한 좋은 반응들과 함께 조회 수도 많이 올라가고, 사진을 시작하고 불과 1~2달 사이에 많은 촬영 기회를 만나게 됐어요. 상업 촬영도 하면서요.”


A Flower For You '국화'. 2016


A Flower For You '안개꽃'. 2016

My Color 'Red'. 2017


My Color 'Purple'. 2017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저를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분들을 많이 만났고 1년 만에 100여 명의 모델과 촬영하고 브랜드 촬영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은 못 하고 일에만 치여 사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처음 목표는 그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사진을 찍는 게 목표였는데 말이죠. 이런 댓글을 주신 분도 있었어요.


'우울하고 침체된 상태였는데 승아님의 사진을 보고 우울함이 많이 치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진 찍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진이라는 매체에 최선을 다하는 작업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중 하나가 2017년의 ‘남겨진 것들’이라는 작업이에요.”

“무인사진관이 사람이 없는, 사람이 떠난 자리의 쓸쓸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시작한 거잖아요. 이 작업은 사람들이 떠나고 난 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이야기’에요.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었고 00시부터 새벽4시 까지의 일들을 ‘사건 현장’처럼 표현했어요. 사람들이 버린 물건, 컴퓨터나 깨진 조각상, 인형이나 꽃을 오브제로 사용했고요. 마지막에는 나도 흔적을 남기고 떠나가는 장면인데 사진 마다 시간과 짧은 이야기를 써놨어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과제전. '남겨진 것들'. 2017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과제전. '남겨진 것들'. 2017


김승아는 요즘 사진을 예전만큼 많이 찍지는 못한다. 그래도 '1인1사진'이라는 이름으로 간단한 작업물을 꾸준하게 올리고 디지털 작업도 진행 중이다.


"“책과 영화, 뮤지컬 같은 문화 콘텐츠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작품에 스토리를 담으려는 시도도 하고 있어요. 제가 ‘동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의 마음이라기보단 깨끗함, 순수함, 쉽게 쉽게 생각하는 마음 정도라고 봐요.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동심이, ‘자기 세계’가 있을 거고요.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우주에 대한, 그래서 아이들이 나오는 공상과학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요. 사진은 아니지만 어린 왕자가 우주여행 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2m 규모 대형작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하늘에 있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바라보는 소년. 우리의 집은 어디일까? (디지털 작업)


"앞으로도 무인사진관을 통해, 조금 추상적이긴 하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느낌’을 계속 표현하고 싶습니다:)”




Part2. 웨딩드레스


서두에 밝혔듯 김승아의 전공은 금속공예와 의류다.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고 해서 전공 과정을 등한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밴드 동아리 보컬, 도슨트 활동, 예술 매거진 대학생 디렉터, 평창 동계 올림픽 자원봉사 등 수많은 대외 활동을 하면서도 꿈을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기억하는 한 저의 꿈은 항상 화가였어요. 4살 때 유치원에서 내 꿈은 화가라고 썼던 기억이 나요. 언제나 예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조금 거창한 표현이지만 세상에 예쁜 것을 더 많이 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웃음)”


어릴 때부터 '예쁜 것'을 좋아하고 예쁜 것을 만들고 싶었던 이 소녀가 어떤 예쁜 세상을 만들어 갈지 궁금하다.


“좀 더 구체적인 이유로는 성장하면서 패션 분야의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섬세한 공예의 매력에 빠졌고, 우연히 시작한 사진은 인생에 큰 영향을 줬어요. 의상의 꽃인 드레스 디자인, 섬세한 공예적 요소가 가미된 오트구퇴르 스타일의 의복인 웨딩드레스, 결혼과 패션에 빠질 수 없는 사진이라는 매체. 웨딩드레스 디자인이란 직업은 나를 위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학교 실기실


김승아의 텍스타일 디자인


“결혼 자체에 여자들이 막연하면서도 큰 로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이야기에 여자아이들이 더 감정이입을 하기도 하고 순백의 신부와 같은 단어들도 많잖아요. 웨딩드레스는 어릴 때부터 여자들이 가장 꿈꿔온 일생의 단 하루에 입을 가장 화려한, 궁극의 예쁨을 상징하는 옷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결혼 전에 웨딩드레스를 맞추러 가면 신랑도 부모님도 모두 ‘우와’하면서 감탄사를 내뱉잖아요. 최고로 예쁜 순간에 가장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웨딩드레스는 그 자체로 너무 특별해요.


결혼과 웨딩드레스의 환상을 얘기하던 김승아는 자신이 비혼주의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도, 앞으로도 ‘김승아’가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나를 너무 사랑해서 인 것 같아요. 그래도 결혼에 대한 판타지는 있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부모님이 평생 싸우는 걸 한 번도 본적 없을 정도로 화목한 집에서 자랐어요 그런 엄마 아빠도 원래는 남인데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을 낳고 산다는 게 ‘마법’같이 느껴졌어요.


인연에 집착도 하는 편이고요. 새끼 손가락에 타투가 하나 있어요. 일본에 월하노인이 어떤 남자한테 얘기하는 홍실 전설이 있는데요. 세상에 태어날 때 인연인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이 새끼손가락에 매어져서 태어난다는 이야기에요. 정해진 인연인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영원히 지속하는 사랑을 얘기해서 좋아해요. 결혼은 현실이라고도 하잖아요. 정말 결혼을 안 하더라도 막연한 판타지는 가지고 있을 테니까, 웨딩드레스와 결혼식을 더 동화같고 예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새끼 손가락의 '홍연'(붉은 실) 타투.




예.쁘.다 '김승아'


"저에게, 제가 만드는 모든 것에 ‘예쁘다’는 말을 해주면 좋겠어요. 장황한 수사가 많지만 가장 간단하고 좋은 말이라 생각하거든요. 앙드레 김은 자신의 패션쇼에 동화적 콘텐츠를 많이 넣었는데요. 저 역시 웨딩드레스와 함께 그 안에 들어간 스토리와 제가 하는 모든 활동이 예쁘게 담긴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김승아의 귀에 있는 '예쁘다' 타투.


"롤 모델 중 한 명이 오드리 헵번이에요.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죽는 순간까지 그의 삶 자체가 너무 예뻤거든요.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싶은 이유도 그렇고 저의 모든 작품과 삶을 통해 ‘좀 더 예쁜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 저의 가장 큰 꿈이고 이상이에요."


마지막으로, 치열한 20대를 살아가는 김승아에게 미래의 나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물었다.


"사실 쉬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하고 싶은게 많아서 잠도 별로 안 자고요. 저는 이런 삶이 너무 좋아요. 치열하게 산다는 생각은 안 해요.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 그런데도 지금의 제 모습을 30~40년 뒤에 돌아본다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너무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맛있는 음식과 함께."






김승아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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