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인터뷰

나는 너의 여름이다 : 강수연

Meeji 2018. 9. 18. 23:04

보여지는 그림만큼이나 차분한 모습의 강수연을 만났다. 2018년을 참 바쁘게 보내고 있다. 5월 디노마드의 <Young Creative Korea>를 시작으로 8월에 6개 대학 연합 전시 <기질 전>, 9월인 현재 4 Log Art Space에서 <방‘향’ 전>이, We work 역삼점에서 <타인의 일상전>이 열리고 있다. 그녀는 어떤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는걸까.


<방향 : 욕망의 연결> 4 Log Art Space에서



완전한 인간다움을 향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활발하고 리더십도 있는 아이였어요. 지금은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이지만요. 그래서 평소에 감정을 잘 말하지 않고 담아두는 편인데요. 내면에 담아둔 우울하고 불완전한 감정을 색을 통해 쌓아가고 표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Iam your summer, reflection, a colored pencil, 17x25.5cm, 2018 Janruary 


Iam your summer, an inside view, a colored pencil 25.5 x18cm, 2018 February 


Iam your summer, ----, a colored pencil 45x33.3cm, 2018 May


 Iam your summer, an inside view, a colored pencil 18x25.5cm, 2018 February


Iam your summer, The heartbeats, a colored pencil 18x25.5cm, 2018 February


“내면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고요. SNS에서도 슬픔이나 우울한 감정을 올리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그런 감정까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서로가 가진 내면의 모습이 자유롭게 만나 벽이 허물어질 때 ‘완전한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완전한 인간다움에 대해서는 계속 탐구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솔직함’이에요.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고 드러낼 수 있는."


Iam your summer, an inside view, a colored pencil 18x25.5cm, 2018 February


Iam your summer, reflection series, a colored pencil 45.5x37.9cm, 2018 May 


Iam your summer, ----, a colored pencil 33.3x45cm, 2018 June


Iam your summer, loved one, oil on canvas 90.9x72.7cm, March


Iam your summer, reflection series, a colored pencil 18x25.5cm, 2018 February


“제 그림이 사람들에게 자기 내면의 감정과 색을 발견하고, 드러내고 편견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그것이 전해지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이 제 작업의 원동력이에요."


 <디노마드 - 영 크리에이티브 코리아2018>



현실 앞에서 만난 기회


SNS를 통해 본 강수연의 일상은 그림 작업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당연히 회화 전공자라고 생각했는데 주전공은 금속공예디자인이라고 한다.


“어릴 때 학원을 많이 다녔어요. 관심이 안가면 아예 안 하는 스타일인데요. 초등학생 때 다녔던 미술학원이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엄마도 제가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셔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셨어요. 고2 때부터 입시를 준비했는데, 미술학원에서 본 조각품을 보고 나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대학에 갔더니 입체물에 소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확연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고요. 그래서 힘들었어요.”


뭔가 어깨가 축 쳐져보인다..


금속공예전공 3년 동안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summer kang , 개인의 집, aluminum, 171x61cm 2017 nomember


“어릴 때 그림을 오래 그렸지만, 대학 입학 후 조각을 하느라 3년 정도는 쉬었거든요. 그러다가 2학년 2학기 때 ‘창의적 발상’이란 수업을 듣게 됐어요. 혁오의 ‘톰보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박광수 교수님 수업이었는데 과제는 ‘아무거나’ 하기였어요. 노래도, 사진도, 그림도 상관없이.


저는 그림을 그렸어요. 아주 많은 분량을 요구하셨는데, ‘그림을 더 그려봐도 되겠다’는 교수님의 말이 계기가 돼서 부전공을 신청했어요. 사실 복수전공은 졸업작품을 하나 더 해야 하니까 부담이 컸거든요. 그런데 다른 교수님들도 ‘회화에 맞는 사람이다’는 말씀을 계속해주셔서 용기를 가지고 복수전공을 신청했어요. 이제 주전공은 4학년이고 복수전공인 회화는 3학년 이에요.”


2018년을 기점으로 강수연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그림이 그렇다. 지인들도 궁금해한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다시 그림을 배워보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저에게도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고 취업을 할지 작가로 나가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일단 취업을 하면 사회에 도움이 별로 안 될 것 같았고요. (웃음)


작가로서 내가 재능이 있을지도 많이 고민됐어요. 그래도 후회 없이, 나중에 못 하게 돼더라도 제대로 그려보자는 생각을 지난 겨울 방학부터 했어요. 현실적으로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되니까 사람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지금의 그림들도 그런 저의 불안한 내면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표출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그리다 보니 표현방식도 자리 잡게 되었고요.”


 후회없이!


 학교 실기실 자리


그리고 강수연은 새로운 기회를 만난다.


“어느 날 전화가 한 통 걸려왔어요. 디노마드 ‘영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에 참여자로 선정되었는데 영상 촬영을 해야 한다고요. 처음에는 사기인줄 알았어요. (웃음) 지원하긴 했는데 영상 찍는 건 몰랐거든요. 제 그림이 전시를 해도 될 정도인가 스스로 의문도 들었고요. 그래도 참 감사했어요. 전시할 수 있는 기회도, 전시회에서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서도. 엄청 감동받았고 자신감도 얻었고 더 열심히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Iam your summer


그림 그릴 때 몰입하는 시간이 좋다는 강수연. 그녀는 ‘Iam your summ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찬란하고 기억에 남는 계절이 여름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 느낌이 전해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사용하고 있어요. 아직 그림에서 서툴게 표현하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많은 사람이 공감해 주기를 바래요. 그리고 그 내면에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게 할 수 있다면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조금씩 자신의 작업세계를 만들어 가는 그녀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거리의 풍경, 음악, 전시 등 일상의 장면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특히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관심있는 감독이 생기면 그분의 영화를 다 찾아보는 편이에요. 생각해보지 못한 감독의 세계가, 새로운 세계관이 열리는 기분이 들어서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감성의 건드리는 영화도 좋아하는데, 그 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인상적이었어요. 원래 눈물을 잘 안흘리는 편인데요. 어떤 장면들은 저를 울컥하게 만들더라고요.


이러한 일상의 경험들에 영향을 받아 앞으로 작업해 보고 싶은 주제는 ‘사랑’이에요. 연인의 사랑만이 아니라 친구, 가족 등 여러 관계의 사랑에 대해서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몇 가지로만 사랑을 정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의 ‘폭’을 넓히는 작업이길 바라고 있어요. 아직 구상과 스케치만 해보는 단계이고요. 영상 작업도 배우는 중이고, 나중에는 지금 그리는 그림과 연결해서 작업물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방황하는 시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며 성장하는 강수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이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찬란한 여름과도 같을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본다.




강수연의 인스타그램




이 인터뷰는 Pick Art You에서 진행했습니다. 픽아트유는 대학생의 미술작품과 이야기를 소개하고 기록하는, 공익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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